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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838년, 찰스 다윈이 런던 동물원에서 어린 오랑우탄 제니를 만났다.

 

다윈은 제니가 보여주는, 마치 인간의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에 큰 관심을 가지며 오랫동안 제니를 관찰했는데

 

이때 제니가 거울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자기 인식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동물도 거울에 비친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그러나 다윈은 특별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130년 가량이 흐른 1970년,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갤럽이 네 마리의 침팬지에게 거울을 주었다.

 

침팬지들은 거울을 처음 보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위협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후 침팬지는 거울을 이용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보고 몸단장을 했으며, 시선이 닿지 않는 항문과 생식기 등을 거울로 비춰보고

 

거울 앞에서 코를 후비거나 다양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갤럽은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침팬지를 마취시킨 다음 후각적,촉각적 자극이 없는 염료를 얼굴에 묻히고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거울을 보여준 것이다.


실험 결과, 거울을 본 침팬지가 얼굴의 염료를 만지는 빈도는 거울을 보여주지 않았을 때에 비해 확연히 높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임을 인식했다는 것이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거울 실험은 줄여서 MSR(mirror self-recognition test)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이 거울 속의 자신을 인식하기까지는 네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다른 수컷으로 인식하고 위협 행동을 하는 수컷 베타)

 

우선적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다른 개체로 인식하고 깜짝 놀라거나 위협 행동, 사회적 행동을 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이 단계를 넘기지 못한다.

다음에는 거울 이곳저곳을 관찰하거나 거울의 뒤쪽을 살피는 행동을 보인다.

 

 

그 후, 거울 앞에서 반복적 행동을 하며 거울에 대해 천천히 이해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거울에 대해 완전히 익숙해져 거울로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

 

최종 단계에서, 자기 인식 능력을 확실하게 검증하기 위해

 

마크 테스트를 실시한다.

 

동물의 신체 중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 스티커나 염료, 레이저 포인터 등으로 표식을 하고 거울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 염료는 무취에 아무런 자극이 없는 것을 사용하며,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동물을 마취시킨 상태에서 표식을 하기도 한다. 

 

이 최종 테스트에서 거울이 아닌 자기 몸의 표식을 만지는 행동이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면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개는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테스트는 아주 많은 동물에게 실행되었으나

 

마지막 단계까지 통과하여 자의식의 존재를 입증한 동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들과 그 외의 동물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공식적으로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들

 

테스트를 최종 단계까지 훌륭하게 통과하여, 자의식이 있음을 입증해낸 종.

 

인간 이외의 동물 중에서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부류들이다.


 침팬지(chimpanzee)

 

모든 동물 중에서 최초로 자기 인식 능력이 증명된 종.

 

위에 서술한 고든 갤럽의 실험에서도 보여졌듯 훌륭하게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러나 장성한 수컷의 경우는 테스트를 실패했다.

 

테스트 실패의 유력한 원인으로는 유인원들의 상호작용 방법이 지목됐다.

 

수컷 유인원들끼리 눈을 마주치는 행위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들은 가급적이면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기에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흥분 상태가 되어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오랑우탄(orangutan)

 

오랑우탄 또한 침팬지와 함께 고등 영장류에 속하며 거울 테스트를 여러 차례 통과하여 자의식의 존재를 입증했다.

 

 

오랑우탄의 거울 테스트는 한국의 서울대공원에서도 진행됐다.

 

오랑우탄 보석과 보라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지만 보람은 확실한 자기 인식 행동을 보여주었고 몸을 꾸민 뒤 거울로 자신을 확인하기도 했으며

 

 마크 테스트도 통과하여 다시 한 번  자의식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오랑우탄 역시 성장한 수컷은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침팬지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보노보(bonobo)

 

보노보 또한 거울 속의 자신을 인식했으며 거울을 사용해 시선이 닿지 않는 몸 구석구석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마크 테스트도 통과했다.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온순하고 사교적인 보노보의 특성 덕분인지 수컷이 특별히 테스트를 실패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큰돌고래(또는 병코돌고래)(bottlenose dolphin)

범고래(killer whale)

흑범고래(false killer whale)

 

사육되는 개체들을 대상으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이들에게 거울을 보여주자 거울을 들여다보며 반복적 행동을 하고, 생식기를 관찰하거나 거품을 뿜는 행동이 관찰되었다.

 

또한 염료가 칠해진 등을 거울에 계속 비추어 보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들은 자기 인식의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아시아코끼리(asian elephant)

 

 

 

 

최초로 진행된 거울 테스트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거울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으며

 

2.5m 높이의 대형 거울을 사용한 결과 뚜렷한 자기 인식 행동이 관찰되었다.

코끼리는 거울을 보며 머리에 칠해진 흰색 표시를 여러 차례 건드렸다.

 

혹시 냄새나 촉감 때문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무색의 페인트를 칠하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까치(eurasian magpie)

 

비포유동물로서는 유일하게 까치가 거울 테스트를 통과했다.

 

 

까치의 턱 밑에 빨간색과 노란색 스티커를 붙이고 거울을 보여주자 까치는 스티커를 긁었다.

 

이물감 때문에 긁은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 스티커를 붙였을 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까치가 거울 속의 자신을 인식한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까치의 거울 테스트 통과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자기 인식과 같은 고도의 지적 능력은 포유류의 신피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되었는데

 

까치를 포함한 조류의 뇌에는 신피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엄청난 생물학적,인지적 의미를 가진 발견이었다.

 

학자들은 고민 결과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포유류와 조류의 뇌는 아주 많이 다르지만, 비슷한 진화적 압력에 의해 비슷한 작용을 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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